초보를 위한 피아노 독학 가이드
5장
악보 읽기 (기초)
초보를 위한 피아노 독학 가이드앞 장에서는 각 음들이 건반 위에 어떻게 펼쳐져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음악을 시각 정보로 전달하는 매체인 악보에 대해, 그리고 악보를 읽는 법에 대해 간략히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악보 읽기를 익힐지 말지 고민 중이신 분들이라면 이번 장을 꼭 읽어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미 악보 읽는 법을 아는 분들 역시 복습 차원에서 한 번쯤 다시 읽어보셔도 좋습니다. 모두가 꼭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악기를 배우는 분들이라면 누구에게나 큰 쓸모가 있는 것이 바로 악보 읽기입니다.
악보란?
음악은 언어입니다. 따라서 음악도 다른 언어들과 마찬가지로 시각적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시각적으로 표현된 음악적 정보를 통해 전 세계의 음악가들이 서로 의사소통합니다. 수백 년 전 먼 유럽의 작곡가가 그린 악보를, 오늘날 아시아의 연주자가 연주할 수 있습니다. 악보를 통해 음악가들은 시공간을 뛰어넘은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악보의 역사는 문자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악보가 있기 전까지 음악은 입에서 입으로, 혹은 실제 연주를 통해서만 사람들에게 전해졌습니다. 인류가 사용한 가장 오래된 악보는 기원전 2000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으며,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현대식 “오선보" 개념 역시 교회 음악의 표준화를 위해 중세 가톨릭 수도승들이 창안한 개념입니다.
음악적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은 계속 변해왔습니다. 최근에 등장한 오디오 녹음, 비디오 녹화 기술을 활용해 우리는 연주 실황을 정확하게 기록으로 남겨둘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사실이 악보의 필요성을 사라지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모든 연주에는 우연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작곡가 직접 작성한 악보만이 작곡가의 의도를 정확하게 담고 있는, 그 음악에 대한 가장 “완벽한" 기록이라는 것입니다. 음악은 연주되는 순간 새로운 생명을 가지게 됩니다.
왜 악보 읽기를 익혀야 하는가?
악보 읽는 법을 배우는 데 꼭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몇몇 위대한 뮤지션 중에서도 악보를 볼 줄 모르는 사람들이 있으며, 악보 없이도 귀를 통해 연주하는 법, 코드 패턴만 연주하는 법(여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도 있다면서 말이죠.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습니다. 악보 읽는 법을 모르면 그만큼 자신의 음악적 능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악보 읽기를 일찍 익히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피아니스트는 있어도, 악보 읽기를 익힌 것 자체를 후회하는 피아니스트는 없습니다. 다른 모든 언어처럼, 그 언어로 쓰고 읽는 법을 모르더라도 어느 정도는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쓰고 읽는 법을 익히는 것의 이로움은 그것을 익히지 않는 것의 이로움보다 훨씬 큽니다. 이것은 악보 읽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악보 읽기는 생각보다 쉽습니다. 이것 자체로는 악보 읽기의 “장점"이라고 말하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대개 악보 읽는 법을 배우는 것을 꺼리는 이유가, 여기에 들일 시간과 노력이 너무나 클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것은 정말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 당장은 악보를 보면서도 뭐가 뭔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체계적인 학습을 통한다면 누구든 손쉽게 악보 읽는 법을 배울 수 있으며, 조금씩 지식을 늘려나가다 보면 어느덧 악보 위의 모든 정보를 이해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초견 능력이 개발됩니다. 우리가 책을 보며 처음 보는 문장을 소리 내어 읽을 수 있듯, 악보 읽는 실력을 개발하면 처음 보는 악보도 즉석에서 연주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여기엔 연습이 필요하지만, 충분한 실력이 쌓이면 어떤 악보든 연주할 수 있게 됩니다. 온라인 상으로 돌아다니는 온갖 악보를 모두 연주할 수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악보는 마음속의 의심을 덜어줍니다. “음악적 귀"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달합니다. 하지만 귀만을 가지고 음표와 음계, 코드 등을 식별해내는 것은 고도의 숙련을 필요로 합니다. 이것은 그 자체로 매우 효과적인 기술이지만 전문 피아니스트들도 이러한 음악적 귀를 발달시키기 위해 수년간의 노력을 기울이곤 합니다. 특히 빠르게 진행되는 노래일수록 음 하나하나를 알아듣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마음에 드는 어떤 음악을 피아노로 연주하고자 할 때, 악보를 읽을 줄 모른다면 자신이 연주한 음이 옳은지 확실히 알 수 있을 때까지 그 음악을 느린 속도로 몇 번이고 반복적으로 들어봐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악보를 읽을 줄 안다면 어떤 음을 어떻게 연주해야 하는지 악보를 통해 그 즉시, 그리고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악보는 불완전한 기억력을 보완해줍니다. 귀로 듣고 연주한다는 것은, 배우기로 한 음악을 통째로 외운다는 것을 뜻합니다. 악보를 쓰고 읽을 줄 안다면 내가 배운 것들, 혹은 내가 배우고 싶은 것들을 악보 위에 기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자신만의 악보 표기법을 개발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음악 표기법과 악보 형식을 배우는 편이 훨씬 수월하지 않을까요?
악보에는 노래의 한계를 뛰어넘을 길이 열려 있습니다. 모든 노래를 작곡가의 의도대로만 연주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규칙을 깨기 위해서는 먼저 그 규칙을 잘 알고 있어야 하는 법입니다. 재즈 작곡가 듀크 엘링턴은 그리그의 페르귄트 모음곡과 차이코프스키의 사탕 요정의 춤을 편곡해 새로운 재즈 명곡을 작곡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그는 원곡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숙지해야 했습니다. 다시 말해 원곡자의 악보를 철저하게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음악을 완성했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접근 방식 - 코드 표기법
팝이나 재즈와 같은 장르의 악보는 클래식 악보만큼 음악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담겨 있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대략적인 코드 진행만 보면서도 충분히 노래를 반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코드란 서로 잘 어우러지는 음들의 조합인데, 코드를 읽을 줄 안다면 악보에 나타난 코드 표기를 통해 무슨 음을 연주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코드는 주로 코드 차트에 표시됩니다. 코드 차트에는 기본적으로 해당 음악의 코드 진행이 표기되며, 때로는 리듬이 표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밴드 음악, 재즈 등에서 이러한 코드 차트가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이런 장르의 음악만을 연주할 계획이라 하더라도 여전히 오선 표기법을 익혀두는 것이 좋습니다. 오선 표기법과 코드 표기법을 모두 이해하고 있으면 리드 시트(lead sheets) 등, 다양한 형태의 악보를 읽을 수 있게 됩니다. 리드 시트란 멜로디가 표시된 오선과 반주자들을 위한 코드 진행, 그리고 가사 등이 한 데 나타나 있는 악보를 말합니다.
악보 읽기의 기초
참고: 지금부터 다뤄질 내용들은 4장 - 내 첫 피아노 멜로디 연주하기에서 소개드렸던 내용을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보표 (The Staff)
보표는 5개의 선과 그 사이 4개의 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피아노 악보는 보통 보표 두 개를 브레이스(brace)로 묶은 큰 보표(the grand staff)를 사용합니다. 상단의 보표에는 주로 높은음자리표가 그려져 있으며 주로 오른손으로 연주합니다. 하단의 보표에는 주로 낮은음자리표가 그려져 있으며 주로 왼손으로 연주합니다. 가운데 도는 이 두 보표 중간쯤 가상의 선 위에 있습니다. 건반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는 가운데 도는, 악보 상에서도 두 보표 가운데에 놓여 있습니다.
보표의 선과 칸에는 음표를 포함한 다양한 악상 기호들이 표시됩니다. 음표는 선 위에, 혹은 칸 위에 그려집니다. 이 음표가 얼마나 높은 선과 칸에 그려지느냐에 따라 음의 높이(pitch)가 정해집니다. 음표가 악보 상에 높이 그려질수록, 손은 건반을 따라 오른쪽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음표가 보표의 오선을 벗어날 정도로 높거나 낮을 때에는 덧줄(ledger lines)을 그려 표시합니다.
음표
우선 높은음자리표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가운데 도(4장 참조)를 찾아봅시다. 여기에서부터, 높은음자리표에서 찾아볼 수 있는 모든 음들에 이름(도에서 시까지)을 붙여봅시다. 오선보에서는 각 음표의 머리가 어디에 위치해 있느냐에 따라 그 음의 높이가 결정됩니다.
음표 위치에 따른 음높이를 쉽게 외울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높은음자리표의 네 개 칸 위의 음들은 각각 파(F), 라(A), 도(C), 미(E)로, “FACE”라고 외워볼 수 있겠습니다.
높은음자리표의 다섯 개 선 위의 음들은 각각 미(E), 솔(G), 시(B), 레(D), 파(F)입니다. “Every Good Boy Does Fine”, “Every Girl Boss Does Fine” 등, 자신의 입맛에 따라 외워보세요.
이제 높은음자리표의 모든 음들을 알아보았으니, 악보에서 도 포지션(C Position)을 찾아봅시다.
높은음자리표에서 가운데 도는 오선 아래 맨 처음 덧줄 위에 표시됩니다. 레는 오선의 첫 줄 바로 아래에 위치하며, 미는 첫 번째 선 위에 표시됩니다. 이어서 파는 첫 번째 칸, 그리고 솔은 두 번째 선에 표시됩니다. 한 번 연주해보세요.
음 길이
악보에서 음악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진행됩니다. 음표의 위치는 어떤 건반을 눌러야 하는지를 말해주며, 음표의 모양은 그 건반을 어떤 길이로 눌러야 하는지 말해줍니다. 박자표, 리듬 분할, 박자 부호 등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8장에서 다루도록 하고, 지금은 다음의 간단한 내용만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온음표는 속이 빈 동그라미 모양으로, 그 길이는 4박입니다.
2분음표는 온음표에 깃대가 추가된 모양으로, 그 길이는 2박입니다.
4분음표는 2분음표에서 머리를 까맣게 칠한 모양으로, 그 길이는 1박입니다.
(시작하기에는) 이 정도만 알아두어도 충분합니다
이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로 악보 읽기 실력을 갈고닦아볼 시간입니다. 악보 읽기와 관련한 더 심도 있는 내용(임시표, 조표, 박자표 등)은 8장에서 다시 살펴볼 예정입니다. 이제 다음 장에서는 피아노 연습 전략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아직 어떻게 피아노를 배울지 정하지 못하신 분들은 2장 - 내게 꼭 맞는 피아노 학습법 찾기를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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