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 시대, 고전주의 시대, 낭만주의 시대, 그리고 현대의 피아노 음악 

고전주의 시대는 19세기 초에 끝났을지 몰라도, 우리가 “고전 음악(클래식 음악)”이라고 부르는 장르는 그보다 한참 전부터 존재해 왔으며 오늘날까지도 작품이 만들어지고 있는 장르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피아노 음악의 역사를 되짚으며 각각의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을 만나보겠습니다. 또한, 음악적 양식의 변화가 피아노라는 악기의 변천사와 어떻게 맥을 같이하는지도 살펴보겠습니다.

본격적으로 내용을 살펴보기에 앞서 다음 몇 가지 사항을 유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연도와 날짜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바로크 시대 끝, 고전주의 시대 시작” 이런 식으로 시대를 무 자르듯 자르는 것은 불가능하니 말입니다. 취향과 양식은 점진적으로 변하는 것이며, 각 시대는 어느 정도 겹쳐 있기 마련입니다.
• 이 글에서 소개될 작곡가들은 모두 “서양” 고전 음악 작곡가입니다. 현대에 이르기 전까지, 피아노 음악은 서양에서만 연주되는 악기였기 때문입니다.
• 이 리스트는 해당 시대의 모든 작곡가를 다루지 않습니다. 우리의 목적은 각 시대에서 가장 영향력이 컸던 작곡가들을 통해 한 시대가 다른 시대와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는 데 있습니다.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 각 시대 음악의 특징과 핵심 작곡가를 살펴봅시다. 더 많은 추천 작품을 접하고 싶으시다면 유명 클래식 피아노 연주곡 14곡을 담은 flowkey의 기사를 확인해보세요. 

바로크 시대 (1600-1750)

이 시대 전까지만 해도 피아노에 가장 가까운 악기는 오르간이었습니다. 그러다가 1500년대에 하프시코드가 처음 발명되면서 바로크 피아노 음악이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익히 아는 피아노는 해머가 현을 때려 소리를 내는 악기인데, 하프시코드는 현을 “튕겨서” 소리를 내는 악기였습니다. 다시 말해 하프시코드는 각 음의 음량이 같고 울림이 길게 유지되지 않는 악기였습니다.

이러한 하프시코드의 명확하고 밝은 음색은 바로크 음악을 규정하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입니다. 양손이 독립적인 동시에 서로 협화하는 성부를 연주하는, 즉 통주저음(basso continuo) 위에서 전개되는 복합 대위법(complex tonal counterpoint)이 이 시기 음악의 특징입니다. 이 시기의 많은 작품들이 하나의 주제로 시작하여 이를 다양하게 변주하는 형태로 전개됩니다. 이러한 악곡 구조는 이후 고전주의 시대, 낭만주의 시대를 거치며 더욱 발전합니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 (1685-1750)

J.S. 바흐(바흐 가문의 다른 50명의 연주자와의 혼동을 예방하기 위한 표기)는 바로크 시대의 거장입니다. 대위법적 기교가 돋보이는 아름다운 아리아로 대미를 장식하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협주곡은 바로크적 주제와 변주의 모범적인 사례입니다.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 (1685-1759)

헨델의 음악 역시 바로크 시대의 대위법과 화려함을 잘 드러냅니다. 하지만 그의 음악은 그가 태어난 독일과 나중에 활동했던 영국의 영향이 동시에 드러난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헨델은 극적인 기교로 찬사를 받았으며, 궁중에서도 그의 세속적인 음악을 즐겨 연주되곤 했습니다.

안토니오 비발디 (1678-1741)

잠시나마 사제의 삶을 살았던 비발디의 음악에서는 바로크 음악의 종교적 색채가 잘 드러납니다. 바로크 시대 후기에 쓰여진 ‘사계’는 균형 잡힌 구조와 주제의 발전에 초점을 두는 고전주의 요소를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고전주의 시대 (1750-1820)

고전주의 시대를 광범위한 음악 장르로서의 고전 음악(혹은 클래식 음악)과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고전주의 시대는 하프시코드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포르테피아노가 가장 주된 악기로 등장한 시대이기도 합니다. 

오늘날의 피아니스트들은 하프시코드 시대보다 훨씬 폭넓은 음악적 표현이 가능합니다. 예컨대, 셈여림이나 음 지속 길이 등의 측면에서 말입니다. 새로 등장한 악기에 의해 가능한 음악적 표현이 더욱 넓어짐에 따라 음악적 양식도 더불어 발전했습니다.

고전주의 음악은 바로크 음악보다 가벼운 경향이 있고, 코드 위에서 명확한 멜로디를 그리는 방향으로 발전합니다. 진중함보다는 우아함의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1756-1791)

어려서부터 신동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모차르트는 불과 35년의 인생을 살면서 인류 역사 상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작곡가가 되었습니다. flowkey 매거진에 그의 첫 작품부터 죽기 직전 남긴 작품까지 모차르트의 가장 사랑받는 명곡을 소개한 기사가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확인해보세요. 하지만 그 중에서도 모차르트 음악의 정수와 고전주의 시대의 정수가 모두 담긴 작품은 역시 ‘Eine kleine Nachtmusik’(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일 것입니다.

요제프 하이든 (1732-1809)

하이든은 (친구로서) 모차르트와 (선생님으로서) 베토벤 모두에게 큰 영향을 미친 작곡가입니다. 그는 소나타, 교향곡, 현악 사중주 등 고전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몇몇 악곡 형식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의 별명이 “교향곡의 아버지”, “현악 사중주의 아버지”인 것도 사실은 당연한 일인 셈입니다. 

표현적이고 개성으로 넘치며, 유머와 기발함이 깃들어 있는 그의 음악은 단지 고전주의 시대 음악에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라, 이후의 낭만주의 시대의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 (1770-1827)

숱한 작품을 남기며 음악적 혁신을 이룩한 베토벤의 음악은 주로 세 시기로 구분됩니다. 그의 초기 작품은 모차르트와 하이든의 “비엔나” 양식을 능수능란하게 차용하면서도 이를 더 풍부한 표현과 규모로 확장시켜 나갑니다.

베토벤의 중기 작품에서는 구조가 경직된 고전주의를 탈피해 보다 표현적인 낭만주의로 나아가는 그의 선구자적 면모가 드러납니다. 그 중에서도 1801년에 대중에게 공개된 ‘월광 소나타’는 다음 시대를 알리는 효시격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낭만주의 시대 (1800-1900년대 초)

산업 혁명에 힘입어 우리가 아는 현대식 피아노가 처음 등장한 시기입니다. 88개의 건반으로 표현할 수 있는 넓은 음역과 길게 지속되는 소리 덕분에 표현적이고 감정적인 낭만주의 음악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크 시대와 고전주의 시대가 음악적 형식과 구조의 발전에 천착한 시대라면, 낭만주의 시대는 감정과 느낌을 강조한 시대입니다.

표현적 자유와 더불어 야상곡, 환상곡, 전주곡 등 다양한 음악적 형태가 등장했으며, 불협화음을 비롯한 보다 급진적인 음악적 질감을 실험하는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작곡가들의 활동 반경도 궁중 음악이나 특정 학파에 구애됨 없이 더 넓어졌습니다. 전 세계로부터 다양한 영향이 유입되기 시작했고, 조국 혹은 타국의 풍경을 그리는 회화적인 작품들도 많이 탄생했습니다.

프란츠 슈베르트 (1797-1828)

베토벤과 마찬가지로 슈베르트도 고전주의 시대와 낭만주의 시대 모두에 걸쳐져 있는 작곡가입니다. 불과 22세에 작곡한 ‘숭어’와 같은 작품에서는 고전주의적 형식미와 구조적 명확성을 느낄 수 있으며...

그의 말년에 탄생한, 아래와 같은 소나타 작품의 감성적인 표현 양식에서는 낭만주의의 심대한 영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프레데릭 쇼팽 (1810-1849)

쇼팽은 단순한 거장 피아니스트, 작곡가가 아닙니다. 그는 음악계 최초의 셀레브리티 중 하나로, 연애 구설로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으며 신비주의적인 면모로도 유명했습니다. 그가 대중 앞에서 피아노를 연주한 횟수는 고작 서른 번 안팎에 불과합니다.

저희는 다른 매거진 기사에서 flowkey 만의 쇼팽의 엄선곡을 추려본 적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야상곡은 피아노로 얼마나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쇼팽의 대표곡입니다.

요하네스 브람스 (1833-1897)

전통과 혁신의 절묘한 균형으로 숱한 아름다운 작품을 남긴 브람스는 고전주의의 치밀한 형식미와 낭만주의의 깊은 감성을 결합한 작곡가입니다. 다른 낭만주의 작곡가들이 지향하던 화려함을 거부한 그는, 음악이 외부의 서사에 의존함 없이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이러한 음악관을 바탕으로 그는 추상적이면서도 풍부한 서정성을 갖춘 이른바”순수 음악”의 대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 (1840-1893)

낭만주의 작곡가를 논하면서 이 시대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한 차이코프스키를 빼놓는 것은 반칙일 것입니다. 러시아 음악과 서구 음악에 대한 당대의 고정관념을 초월하는 그의 작품들은 장엄하고 신비로운 동시에, 조국 러시아를 바라보는 그의 국가주의적 관점이 드러납니다.

그 중에서도 ‘백조의 호수’는 강렬한 서정과 서사성, 잊기 힘든 멜로디로 유명한 차이코프스키 작품 중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세기 및 현대 (1900년대 초-2000년대)

이 시기 피아노는 클래식 외에도 블루스, 재즈, 뮤지컬 등 다른 장르의 음악에서도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오늘날 록, 팝, 일렉트로닉 음악의 단골 악기로 자리 잡기 위한 씨앗을 뿌립니다. 클래식 피아노 음악은 이 시기에도 여전히 중요했습니다. 그러나 스튜디오 녹음이 활성화되고 전 세계의 다양한 장르가 대중과 만나면서 작곡가들도 활동 반경을 크게 넓혀 나갑니다. 조지 거쉰 같은 작곡가는 대중 음악과 클래식 음악을 동시에 작곡하기도 했습니다.

20세기 초의 이러한 조건들은 인상주의, 후기 낭만주의, 표현주의 등 온갖 하위 장르가 탄생하는 기반이 됐습니다. 또한, 2차 세계대전 이후로는 신낭만주의, 실험주의, 미니멀리즘 등 더 많은 음악적 양식이 나타났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러분이 직접 알아보실 수 있겠지만, 일단 이 글에서는 이 시대를 거치며 피아노 음악이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사실만 알아도 충분합니다.

끌로드 드뷔시 (1862-1918)

드뷔시는 낭만주의의 자유와 표현성을 한 단계 더 밀어붙여 “교향악적 회화”라는 자신만의 개념을 창안하기까지 한 작곡가입니다. 그는 최초의 인상주의 작곡가로 널리 받아들여졌습니다. 그 자신은 이런 구분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그의 낯설면서도 몽환적인 작품 ‘Clair de Lune’(달빛)을 들어보면, 드뷔시가 어떻게 자신만의 화성적 스타일과 음악적 색채를 발전시켰는지 알 수 있습니다.

에릭 사티 (1866-1925)

낭만주의 시대 후반에는 온갖 음악적인 실험들이 진행됐는데, 이 시기를 대표하는 작곡가 중 하나가 바로 에릭 사티입니다. 자신을 음악가라기보다는 ‘음향 측정가’라고 소개하기를 좋아했던 에릭 사티의 작품은 유별나기로 유명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짐노페디(Gymnopédie) 연작은 많은 사람에게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1891-1953)

여느 러시아 작곡가와 마찬가지로 프로코피예프 역시 고국에 대한 마음을 음악으로 표현한 작곡가입니다. 생애 대부분을 미국과 유럽에서 보내긴 했지만 말입니다. 그의 작품 ‘Historiette’(히스토리에테)를 들어보면 이러한 영향과 함께, 불협화음과 충돌을 활용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그만의 방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클래식 피아노 음악은 앞으로도 그 생명을 이어갈 것입니다. 영화나 TV 쇼 OST에서도 클래식의 영향은 지대합니다.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의 ‘헤드위그의 테마’는 물론 <왕좌의 게임>의 주제곡에서처럼 말입니다.

<테트리스>, <슈퍼 마리오> 시리즈, <젤다의 전설> 시리즈를 비롯한 숱한 비디오 게임 OST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입니다. 현대 클래식 음악이 더 궁금하다면 flowkey의 매거진 기사 비디오 게임 음악에서의 피아노를 읽어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